지금 여기, 한수정

초록이 머무는 곳

숲으로 모이고,
지역과 더 가까워지는 축제

봉자페스티벌 & 가든하이킹

도시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진 요즘,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봉화의 깊은 산자락에서 열리는 ‘봉자페스티벌’은 바로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축제이다. ‘봉(봉화)’과 ‘자(자생식물)’의 이름을 합친 봉자페스티벌은 지역 농가와 예술인·소상공인 그리고 수목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축제이기도 하다.

자연이 먼저 우리를 그리워하는 시대
10월 2일부터 12일까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일원에서 열린 봉자페스티벌은 ‘꽃, 별에 그리우다’라는 부제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꽃’은 나와 우리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고, ‘별’은 밤하늘의 빛, 자생식물 그리고 미래와 희망을 상징한다.
이번 축제의 테마는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자연’이다.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숲, 기후위기로 흔들리는 생태계, 그 가운데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생식물— 이러한 테마는 조형물과 식재 디자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봉자페스티벌의 식재 디자인 모티브는 ‘도시와 자연이 만들어낸 선’이다. 도시가 공간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낸 직선, 자연이 오랜 시간 쌓아온 곡선. 이 두 선을 대비시키며, 두 선이 공존할 때 비로소 완성됨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현장에는 그린타워, 가든 롤리팝, 은경 모빌, 차원의 아치 등 다양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지역과 함께 만든 상생의 축제
봉자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과 함께 만든 축제’라는 점이다. 지역 농가에서 직접 키운 자생식물이 전시의 주인공이 되고, 지역 예술인의 손길로 완성된 작품들이 숲속 곳곳을 채우고 있다. 10월 2일 개막 행사에서는 교향악단 공연과 어린이 동요 독창이 펼쳐졌고, 나태주 시인·한서형 작가·허태임 식물분류학자가 참여한 ‘풀림’ 토크 콘서트도 이어졌다. 야간 행사로 진행된 ‘봉자야(夜)놀자’에서는 무드등 만들기, 마술·풍선쇼 등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이 마련되었다.
또한 지역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버스킹 공연, 지역 농·소상공인이 참여한 ‘숲을 만드는 플리마켓’, ESG아트 특별전시 ‘별일 없이 꽃 피우는 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봉화의 문화와 산림자원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축제가 완성되었다.

숲을 걷는다는 의미
봉자페스티벌의 여운은 가든하이킹으로 확장되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백두대간 가든하이킹은 10월 25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일원에서 하루 동안 열렸다. 호랑이처럼 천천히 걷는 4km ‘어슬렁 코스’, 금강송 숲길을 따라가는 6km ‘으르렁 코스’, 백두대간의 하늘 가까이로 올라가는 20km ‘어흥 코스’가 참여자를 맞이했다.
특히 숲길에서 펼쳐지는 악기 공연과 스탬프 투어, 호랑이 특별해설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곳곳에 배치되어 참가자들 스스로 숲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또 행사 기간에는 봉화 사과 홍보 및 판매부스를 운영하고,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같이 진행되었다. 올해는 2,000여 명의 참가자 전원에게 봉화 사과가 제공되었고 완주자에게는 메달과 기념품이 전달되었다. 또한 참가비 1만 원 중 절반을 봉화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다시 쓰이도록 한 구조를 통해서, 가든하이킹의 ‘상생철학’을 증명하였다.

자연을 통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을 통해 자연을 지키는 축제
봉자페스티벌과 가든하이킹은 단순한 관광 행사가 아니다. 지역을 살리고, 사람을 초대하고, 자연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공공 자연축제’의 새로운 모델이다.
올해 7회째를 맞이한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은 2019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 33만 명을 넘기며, 지역과 함께 자라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는 봉화의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역 임·농가가 자생식물을 직접 재배해 축제에 공급하는 구조는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수입을 만드는 선순환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지난 5년간 273개 농가가 참여해 2,000억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꽃 한 송이를 키우는 일이 지역을 지탱하는 힘이 된 셈이다.
이러한 자생식물 축제는 경제적 의미를 넘어 ‘우리 지역엔 이런 꽃이 있구나’, ‘우리 아이가 보는 이 풍경이 우리 고장의 자연이구나’ 라는 작은 자부심도 만들어낸다. 그 자부심은 결국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는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다.

정원의 서랍오대산을 걷다, 자연을 품다
오대산 순례길과 함께하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
내가 한 수 위!‘봉자’ 비하인드!
봉화에 활기를 채운 숨은 주역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고객서비